누적 온열질환자 741명·사망 2명·전력예비율 10% 위협…
이건 그냥 더운 여름이 아니다. 재난이다.
지난 7월 11일 오후, 전국 응급실에서는 단 하루 만에 99명이 폭염으로 쓰러져 실려 왔다. 열사병, 일사병, 탈수 쇼크. 경보음이 울리는 응급실 복도를 가득 채운 환자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밖에 있었다는 것. 도로공사 현장의 인부, 논두렁에서 일하던 70대 농부, 에어컨이 없는 반지하 원룸의 혼자 사는 노인. 2026년 한국의 여름은 더 이상 불편함의 계절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가 됐다.
올해 5월 15일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된 이후, 7월 12일까지 약 두 달 만에 전국에서 74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추정 사망자는 2명. 지난해 같은 기간(192명)과 비교하면 무려 3.86배에 달하는 속도다.
※ 출처: 전국 응급의료기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질병관리청)
역대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온열질환 사망 29명 중 35%(10명)가 7월 20~31일에 집중됐다. 현재 7월 17일. 가장 치명적인 2주가 지금 시작되고 있다.
기상청은 2026년 6월 전국 평균기온이 22.2℃로 1973년 전국 기상관측망 확충 이후 역대 7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른바 'K온난화'—한반도의 기온 상승 속도가 전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최고기온은 35℃를 웃돌았고, 경기 양주시 은현면에서는 36.8℃로 2026년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경남 양산에서는 36.9℃를 기록했다. 7월 17일 오늘 밤 제주와 남부 일부 지역에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아스팔트·콘크리트 밀집 지역인 서울은 근교보다 체감온도가 2~3℃ 더 높다. 건물과 도로가 낮 동안 열을 흡수하고 밤새 방출하면서 열대야가 연속 이어진다. 에어컨 없이 잠들 수 없는 밤—하지만 에어컨을 틀면 전기요금이 무섭다. 이것이 2026년 도시 서민들의 현실이다.
에어컨을 켜는 사람이 늘수록 전력망은 한계에 다가선다. 정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사상 처음으로 98GW를 돌파해 최대 98.8GW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최고치다.
※ 전력예비율 10% 이하 시 정부 '경계' 단계 발령 기준
정부가 발전설비를 총동원해 공급가능 용량 107GW를 확보했음에도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예비율 10% 미만은 '경계' 단계로, 그 아래로 내려가면 지역별 순환 단전(강제 정전)이 시작될 수 있다.
온열질환자 741명을 분석하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폭염은 모두를 똑같이 위협하지 않는다. 에어컨이 없는 반지하, 쪽방촌, 혼자 사는 노인 가정이 집중 타격받는다.
올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체감온도 33℃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법제화했다. 하지만 건설 현장, 택배 기사, 이주노동자 농장에서는 실태가 다르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공기 압박이 심해서 쉬다가 눈치 보여 다시 일하게 된다"—법은 있지만 현장엔 없다.
체감온도 38℃ 또는 최고기온 39℃ 이상 하루만 예상돼도 발령. 기존 폭염경보보다 강화된 새 단계.
콘크리트 포장이 폭염으로 파열되어 해안로 도로가 붕기는 이례적 피해 발생.
통계적으로 연간 온열질환 사망의 35%가 이 기간에 집중. 현재 7월 17일—카운트다운 시작.
폭염의 피해는 신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야외 작업 중단에 따른 건설업·농업 생산 차질, 전력요금 급등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폭염 관련 의료비 증가까지 경제 전반에 충격이 전이된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을 130만7천 가구에서 144만 가구로 확대하고, 경로당에 월 16만 5천원의 냉방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에어컨 자체가 없는 가구, 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가구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기후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온 상승이 전 지구 평균의 2배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5년 내 현재보다 더 극단적인 폭염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2026년이 역대 최악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쿨링시티' 전략으로 그늘막·쿨링포그·이동형 해피소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인 탄소 배출 감소 없이는 땜질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 업무계획에 '기후 적응 인프라 강화'가 포함되어 있지만, 예산과 실행 속도 모두 폭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