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없앴다'는데 사교육비는 왜 29조 역대 최대인가
— 대치동이 웃는 진짜 이유
정부는 3년째 '킬러문항 배제'를 자랑했다. 그 사이 사교육비는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고3 학원비 月 500만원 시대가 열렸다. 문항을 빼는 동안, 카르텔은 더 커졌다.
— 2023년 여름, 교육부 장관의 약속.
그 약속 이후 3년이 지났다. 2024년 사교육비는 29조 2천억 원, 4년 연속 역대 최고치였다. 고3 자녀를 둔 강남구 학부모의 학원비 지출은 월 500만원을 넘어섰다. 대치동 대형학원은 오히려 반이 3.9배 늘었다.
📌 이 기사의 핵심 3줄
- 킬러문항 폐지 3년차, 사교육비는 29.2조 역대 최대 — 정책은 실패했다
- 강사·교사 간 '문항 거래' 카르텔 126명 입건, 스타강사 1명이 교사에게 1.8억 뇌물
- 2028 대입개편으로 전형이 더 복잡해져 학원 의존도 오히려 증가 전망
① 정부의 약속은 왜 실패했나 — 킬러문항 3년의 역설
2023년 6월,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출제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전면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논리는 단순했다. 킬러문항이 사교육을 부추기니, 없애면 사교육도 준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브리핑, 교육부 보도자료, 대통령 발언까지 가세해 이 정책은 '사교육 카르텔 척결'의 핵심 수단으로 홍보됐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교육부 자체 통계가 답을 내놓았다.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으며,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 4천 원으로 처음으로 60만원 선을 돌파했다.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내놓은 정책이 실시된 기간에 사교육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킬러문항 배제 자체가 사교육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것입니다. 수능의 난이도 조절이 아니라 대학 서열화와 입시 구조 자체가 사교육을 낳는 근본 원인입니다." — 교육 전문가 좌담회 발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6.05)
(역대 최고)
월평균 사교육비
(2023→2024)
(전년 6.22%에서 급락)
더 충격적인 건 킬러문항 폐지가 오히려 입시 불안을 키웠다는 점이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6.22%에서 3.11%로 반 토막이 났다. "쉬워졌다더니 왜 이렇게 어렵냐"는 수험생들의 혼란이 폭발했고, 평가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준이 흔들리자, 학생과 학부모는 더 비싼 학원으로 달려갔다.
② 문항을 팔았다 — 사교육 카르텔의 충격 실태
킬러문항 논란이 한창이던 2023년, 더 심각한 민낯이 드러났다. 대형 스타강사들이 현직 교사로부터 수능 관련 문항을 불법으로 사들이고 있었다.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사건'이다.
경찰 수사 결과, 총 194명을 조사해 126명이 입건됐다. 전현직 교원, 사교육 업체 관계자, 스타강사가 모두 포함됐다. 특히 수학 스타강사 현우진은 수능 관련 문항을 제공받는 대가로 교사에게만 총 1억 7,909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교사 2명에게도 각각 1억 6,777만원, 7,530만원을 건넸다. 강사 1명이 교사들에게 뿌린 돈만 4억 원이 넘었다.
검찰 공소장에서 확인된 거래 방식은 정교했다. 교사는 학원 측에 유사문항·예상문항을 제공하고, 강사는 이를 '수능 예측 특강'으로 포장해 고액 수강료를 받았다. 공교육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비리였다.
③ 대치동은 지금 — 학원비 月 500만원, 중소학원은 폐업 행렬
사교육 카르텔 수사 이후 대치동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만 말하면: 대형학원은 더 커지고, 중소학원은 사라지고 있다.
대형학원 하이컨시가 대치동에서 운영하는 반 수는 2022년 3,453개에서 2024년 1만 3,345개로 3.9배 폭증했다. 시대인재, 개념상상 등 상위권 메가학원의 수강료는 1~2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반면 중소 학원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형학원의 독식 구조에 밀려 대규모 폐업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입시 시장이 '승자독식'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 대치동 대형학원 반 수 변화 (개) / 학원 유형별 학원비 (월)
실제 서울대 치의학과에 합격한 학생은 고3 시절 "학원비로만 월 400~5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1년이면 최대 6,000만원이 사교육비로 나가는 것이다. 가구 소득 800만원 이상 가정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77만 9천원이지만, 학군 상위권 지역 최상위 입시를 노리는 학생은 그 훨씬 이상을 지출한다.
사교육비는 소득과 정확히 비례한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가 36만 3천원인 반면, 800만원 이상 가구는 77만 9천원이다. '교육 격차 = 소득 격차'라는 공식이 수십 년째 변하지 않고 있다.
④ 숨겨진 이면 — 2028 대입개편이 사교육을 더 키운다
정부는 2028 대입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수능 선택과목 폐지, 통합형 수능, 내신 5등급 체제 도입이 핵심이다. 언뜻 보면 '단순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전형이 복잡해지면 의존도는 항상 높아진다." 서울대·연세대는 정시를 줄이고 수시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교과전형 등 각각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입시 컨설팅 수요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AIST 등 이공계특성화대학은 아예 정시를 폐지할 예정이다. "수능 하나만 잘 보면 됐던" 길이 막히는 것이다.
"대입제도를 그대로 두면 킬러문항 배제와 같은 미봉책은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전형 다양화는 각 전형에 특화된 사교육 수요를 각각 만들어냅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포럼 교사 발언 (2025.12)
실제로 2028 개편에 맞춰 이미 '통합형 수능 대비 전문 강좌'가 학원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편 발표 직후 대형 학원들은 관련 커리큘럼을 빠르게 개발하고 수강료를 올렸다. 정부의 입시 개편은 늘 학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돼 왔다.
⑤ 나에게 미치는 영향 — 자녀 교육비,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 초등학생 자녀 둔 가정: '선행학습 의존'이 더 어린 나이로 내려오는 추세. 유치원~초2 영어·수학 학습지·화상과외 수요 폭발. 월 10~30만원에서 시작해 초등 고학년에는 50~80만원 선.
- 중학생 자녀: 2028학년도 대입 첫 대상인 현 중2. 내신 5등급 새 체제 첫 적용 학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기준 자체가 불명확해 불안감 최고조. 학원 상담 폭주 중.
- 고등학생 자녀: 수시·정시 이중 준비가 기본이 됐다. 학생부 관리(수시) + 수능 준비(정시) + 논술까지 더하면 월 학원비 100~300만원도 '기본'으로 여겨지는 학군 존재.
- 저소득·지방 가정: 온라인 강의 무료화(EBS)와 현실 사이 격차 여전. SKY 대학 입학생 중 특목고·자사고 출신이 40.2%. 일반고 출신의 최상위권 진학 벽은 더 높아지는 추세.
- 모든 학부모: 가계 부채 증가와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동시 진행 중. 자녀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를 미루는 '에듀 푸어(Edu-Poor)' 현상 사회문제로 부상.
⑥ 전망과 행동 제안 — 이 싸움,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의 사교육 문제가 '교육 정책'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근본 원인은 몇 개의 대학에 취업·소득·사회적 지위 모두가 집중되는 '대학 서열 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그 제도에 최적화하는 사교육 산업이 항상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몇 가지 제안이다.
공교육 신뢰 회복이 먼저다. 교사와 사교육 업계 간 불법 거래를 근절하는 수사와 제도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교사가 학원에 문항을 팔 수 없도록 이해충돌 방지법을 강화하고, 수능 출제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대학 서열화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 상위권 대학 쏠림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교육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지방 거점 국립대 육성, 공공기관의 채용 기준 다양화, 중견 대학 지원 강화 등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것. 자녀의 학원 수를 줄이고 자기주도 학습 습관을 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또한 정부의 무료 교육 서비스(EBS, e-학습터, 학교온)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다.
📎 참고 출처
교육부·국가교육통계센터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6 사교육 실태 백서」(2026.05) / 머니투데이 「대치동 학원가 승자독식」(2026.05.27) / 네이트뉴스 「서울대 치대생이 밝힌 대치동 현실」(2026.04.06) / 경향신문 「교묘하게 진화하는 사교육」(2026.06.08) / 한국일보 「수능 킬러문항 논란과 2026학년도 대입 변화」/ 교육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 사교육 카르텔 사건 검찰 공소장(2026.01) / EBSi 수능 채점 결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