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반드시 잡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뱉은 이 한마디는 딱 1년 만에 역사상 가장 처참한 공약 실패의 기록이 됐다. 대책은 세 번 나왔고, 규제는 더 세졌는데, 서울 아파트는 71주 연속 오르고 있다. 집값 상승률은 15%. 전셋값은 1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 핵심 요약 3줄
-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 +15.4% — 대출 규제에도 71주 연속 상승
- 전셋값 12년 8개월 만에 최고치, 서울 입주 물량 내년 31.6% 급감 예고
- 서민은 노도강·금관구로 쫓겨나고, 강남 84㎡는 32억 원에 팔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연속 상승 기록
이재명 정부 1년
서울 아파트 상승률
강남 84㎡ 실거래가
(2026년 6월)
① 대책이 나올수록 집값이 올랐다
지난해 6월 27일, 정부는 사상 최강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15억 원 이하 주택에 6억 원, 25억 원 초과에는 단 2억 원만 빌려주겠다는 초강수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수요가 꺾인다"고 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6·27 대책 직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2.56이었는데, 올해 5월 기준 102.71로 10.9%포인트 뛰었다. 대출 규제 이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시장은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달아올랐다. 정부는 이후 10·15 대책, 2026년 상반기 추가 억제책까지 세 차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상승열차는 멈추지 않았다.
"규제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쉽지 않은데, 6.27 부동산 대책은 전형적인 규제형 정책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과 풍선효과 등 규제의 역설로 인한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 규제보다는 공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이투데이 2026.06.24)
② 왜 규제가 통하지 않는가 — 공급의 절벽
집값의 근본 방정식은 단순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은 오른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공급 절벽 한복판에 있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4년 36만 가구에서 2026년 21만 가구로 41.7% 급감했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올해 4만 2,000가구에서 내년 2만 9,000가구로 31.6% 추락할 전망이다.
착공에서 입주까지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만들어진 공급 가뭄은 어떤 규제로도 단기에 해소할 수 없다.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은 여전히 강한 서울 수요다. 인구 1위 도시, 직주근접, 학군·의료 인프라 집중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추이 (단위: 천 가구)
*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 기준, 2027년은 추정치
③ 면적별 양극화 — 소형은 6.7% 뛰고 대형은 2% 오른 이유
이번 집값 상승에는 독특한 패턴이 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자 매수자들이 상대적으로 싸고 진입 장벽이 낮은 소형 아파트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 전용 40~60㎡ 소형 아파트 매매가는 6.72% 상승했다. 반면 전용 135㎡ 초과 대형은 2.09% 상승에 그쳤다. 소형이 대형의 3배 넘는 상승률이다.
📈 2026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면적별 매매가 상승률
이는 정부 규제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은 전형적 사례다. 대출 한도를 줄이자 '살 수 있는 집'의 범위가 좁아졌고, 그 범위 안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소형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 역설적으로 무주택 서민이 가장 많이 찾는 소형 아파트가 가장 크게 올랐다.
④ 전세난의 습격 — 전셋값 12년 8개월 만에 최고치
매매 시장만 뜨거운 게 아니다. 전세 시장도 폭발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2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2026년 서울 전세 상승률은 4.7% 예상으로, 이미 매매가 상승률을 웃도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전세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신규 입주 물량 급감, 2020년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기존 세입자들의 장기 거주 선택으로 신규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여기에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겹쳤다.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전세로 몰리면서 수요는 오히려 늘었는데, 공급은 줄어든 구조다.
"'전세난에 밀려 외곽으로'…노도강·금관구 신고가 릴레이" — 파이낸셜뉴스 2026.06.23 헤드라인
이제 서민들은 강북 인기 지역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노원·도봉·강북(노도강), 금천·관악·구로(금관구) 같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신고가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은, 더 저렴한 대안을 찾던 수요조차 공급을 초과했다는 뜻이다.
⑤ 이것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 세 가지 유형별 체크
🏘️ 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 체크리스트
- 무주택 사회초년생 — 소형 아파트도 6.7% 올랐다. 전세 구하기는 더 어렵다. 청약 경쟁률 상승 예고. 지금 당장 청약통장 납입 기간·금액 점검 필수.
- 전세 거주자 — 만기 시 전셋값 급등 가능성 높다. 갱신권 사용 여부,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 지금 확인해야 한다.
- 실수요 매수 고려자 — 대출 한도 크게 줄었다. DSR 스트레스 금리 +1.5%p로 실질 대출 가능액 감소. 내 소득으로 얼마 빌릴 수 있는지 은행 방문 전 시뮬레이션 먼저.
- 1주택 보유자 — 상급지 신고가 소식에 들뜨지 말 것. 비과세 조건(2년 이상 보유/거주), 양도세 계산 미리 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 노인·취약계층 — 전세 가격 상승에 가장 취약한 그룹. 주거급여·LH 공공임대 신청 자격 확인 필수. 지자체 주거안전망 상담 전화 활용할 것.
⑥ 앞으로의 전망 — 하반기에도 멈추지 않는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6년 전국 아파트 가격이 0.8%, 수도권은 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KB부동산 데이터는 더 비관적이다. 서울 입주 물량이 내년 31.6% 급감하면 2027년에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온다.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대출 규제는 이미 역대 최강 수준이다. 공급을 늘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5년이다. 단기 처방이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23년간 반복된 패턴이 있다. 규제하면 오르고, 풀면 더 오르는 악순환.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결국 집값 안정의 열쇠는 규제가 아닌 충분한 공급뿐이라는 교훈만 남겼다. 그 교훈을 새겨듣는 정부가 언제 나올지, 그것이 진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