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 역대 최대 9만7천명 쏟아진 오늘, 재수생이 고3을 밀어내고 있다.
과학을 버리고 사회탐구로 달리는 '사탐런' 폭풍, 연 3천만원 재수비용의 현실을 해부한다.
① 오늘 6월 모의평가에서 N수생이 9만6,931명으로 통계 공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② 이과생도 과탐을 버리는 '사탐런' 비율이 66.9%까지 치솟아 한국 이공계 기반이 흔들린다.
③ 재수 1년에 최소 2,000~3,000만원이 드는 현실, 입시는 이미 부모 자산 싸움이 됐다.
2026년 6월 4일 오전 8시 40분, 전국 고등학교와 지정 학원에서 일제히 시험지가 배부됐다. 2027학년도 수능의 첫 공식 풍향계인 6월 모의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시험장 풍경이 심상치 않다. 고3 자리가 줄고, 낯익은 졸업생 얼굴이 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6월 모의평가 졸업생 접수자는 9만 6,931명이다. 2011학년도 통계 공개 이후 처음으로 9만 명을 넘어선 역대 최대치다. 전체 지원자 수는 오히려 1만5,229명 감소했는데, N수생(졸업생)은 7,044명 증가했다. 재학생은 줄어드는데 재수생이 늘어나는 기묘한 역전 현상—이것이 오늘 한국 교육 현장의 민낯이다.
오늘 모의평가에서 또 하나의 폭탄 데이터가 나왔다. 수험생 3명 중 2명이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했다. 원래라면 과학고·자연계열 학생들이 응시해야 할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탐런'이란 원래 이과생이 응시해야 할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2028학년도부터 수능 선택과목이 통합형으로 바뀌면서 현행 선택형 수능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점도 자극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2027학년도 수능에서 사탐 선택 비율이 80%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탐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줄어들면 특정 과목의 표준점수가 요동치고, 이공계 대학 입학생의 기초과학 역량이 하락한다. 서울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자연계열 지정과목 요건을 폐지하면서 사탐런을 구조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N수생 급증의 배경에는 '의대 막차' 심리가 깔려 있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의대 문호가 일부 확대됐고, 2028 수능 개편 이전 마지막 현행 선택형 수능이라는 점도 재수를 결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2027학년도 최종 N수생은 16만 명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능 시작하자마자 '수능특강 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됐어요. 이공대 입학하자마자 재수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 수도권 이공대 재학생 인터뷰 (서울신문, 2026.02)
의대 증원이 이공계 기피를 가속하는 역설적 구조다. 최상위 이공대는 인재 유출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한번 의대로 쏠린 흐름은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지역의사제의 '지역 의무 근무' 조건이 수도권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오히려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정책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
N수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재수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더 이상 재수는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경제력을 시험하는 관문이 됐다.
| 항목 | 월 비용 | 연간(10개월 기준) |
|---|---|---|
| 대치동 재수종합반 (시대인재 등) | 200~250만원 | 2,000~2,500만원 |
| 프리미엄 기숙학원 (시대인재 기숙) | 395~400만원 | 최대 4,000만원 |
| 특강·교재·모의고사 비용 | 50~100만원 | 500~1,000만원 |
| 서울 통학 시 월세·생활비 | 70~120만원 | 700~1,200만원 |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에서 재수한 경우 학원비만 연 3,000만원, 용돈·월세·식비 등을 합산하면 연 1억 원에 달하는 가정도 있다. "재수는 금수저만 하는 것"이라는 자조가 커뮤니티에 넘쳐나는 이유다. 이 구조가 교육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부터 수능을 통합형으로 전면 개편한다. 핵심은 선택과목 폐지—모든 수험생이 통합사회1·2와 통합과학1·2를 같이 치르는 구조다. 이론상 사탐런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탐구 과목 문항이 25문항으로 늘고 배점 구조도 바뀌면 새로운 '꿀과목' 발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가 증명하듯, 입시 제도가 바뀌어도 사교육 산업은 항상 빠르게 적응해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대 쏠림'이 해소되지 않는 한 N수생 증가와 이공계 기피는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시 제도 개편은 증상 완화일 뿐, 원인 치료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늘 6월 모의평가는 단순한 '연습 시험'이 아니다. 이 숫자들이 우리 일상에 직접 파고든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지금 입시 구조의 변화를 파악해야 하며, 수험생 본인은 사탐런의 유혹과 실제 대학별 반영 방식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2028 개편 전환점에 놓인 수험생(현재 고1~고2)은 완전히 다른 룰로 경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