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애 4살인데 벌써 레벨테스트 봐야 해요"
2024년, 서울 강남구 한 영어유치원 앞. 새벽 4시부터 줄을 선 학부모들이 담요를 두르고 앉아있었다. 자리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접수 마감이 나기 전에 만 4살짜리 아이를 시험에 등록시키기 위해서였다. 월 150만원이 넘는 이 학원의 입학 조건은 단 하나 — 영어 레벨테스트 통과.
이른바 '4세 고시'. 어린이집 다닐 나이의 아이가 영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또 다른 학원에 다니는 기이한 구조가 전국으로 퍼졌다. 정부는 2025년 12월 이 현실을 법으로 막겠다고 나섰다. 학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6년 3월 공포됐다. 오는 9월 30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법 시행을 4개월 앞둔 현재, 학원들은 이미 다음 수를 두고 있다. 토플 점수지 제출, 영어 말하기 영상, 포트폴리오 심사, 구술 면접 — '고시'의 이름만 바꾼 새로운 관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 체감 비용 상한
전국 월평균 비용
전면 시행 시점
매출액 과징금 상한
지급 포상금
검토 중인 연령대
📖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 '영어유치원'의 30년 역사
영어유치원은 엄밀히 법적으로 '유치원'이 아니다. 정식 명칭은 영어 교습 학원이다. 1990년대 조기영어교육 붐을 타고 등장한 이 업태는 종일반을 운영하며 사실상 '유치원'의 역할을 해왔다. 교육부는 오랫동안 이 회색지대를 사실상 묵인해왔다.
문제는 선발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거졌다. 인기 영어유치원의 정원은 20~30명, 신청자는 수백 명. 학원들은 자연스럽게 '실력 있는 아이'를 가려내는 레벨테스트를 도입했다. 시험을 위해 또 다른 영어학원이 필요해졌고, 4살이 영어 시험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이 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를 '사교육의 자기 복제'라고 불렀다.
🔍 법이 막자 학원들은 이미 다음 수를 뒀다
교육 전문 매체들이 전국 영어유치원의 대응 현황을 조사한 결과, 레벨테스트 금지 이후 학원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새로운 선발 방식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 영어 받아쓰기 테스트
- 그림 보고 영어로 말하기
- 리딩 레벨 평가지
- 수학 문제 풀기
- 온라인 입학 시험
- TOEFL Primary 점수지 제출
- 영어 말하기 동영상 제출
- 포트폴리오 심사 (독서 이력 등)
- 영어 구술 '면담' (시험 아니라는 주장)
- 선착순·추첨제 (정원 10배 경쟁)
법 전문가들은 이 우회 방식들이 법의 취지를 어기는 "실질적 탈법"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정작 교육부는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구술 '면담'은 시험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와 자유롭게 대화할 뿐이에요. 그 과정에서 아이의 영어 수준이 파악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요?" — 서울 강남구 소재 영어학원 원장 (익명)
주간경향의 조사에 따르면, 응시 최저 연령 제한이 없는 TOEFL Primary를 활용해 5~6세 아이를 토플 시험장으로 보내는 학부모가 실제로 늘고 있다. '4세 고시'를 막자 '유아 토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 드러나지 않은 이면 — 누가 진짜 피해자인가
정부의 의도는 선명하다. 어린 아이에게 무리한 시험 스트레스를 주는 과열 사교육을 막겠다는 것. WHO와 아동 발달 연구들은 만 6세 이전 아동에게 과도한 학습 압박이 오히려 언어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역설이 존재한다. 영어유치원을 이용하는 계층은 원래부터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다. 월 150~200만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위 소득 계층이 주요 수요자다. 레벨테스트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추첨이나 선착순이 된다. 선착순은 정보력 싸움 — 즉 '맘카페 정보망'과 '대치동 커뮤니티' 접근성이 있는 계층에게 유리하다.
"레벨테스트는 최소한 아이의 실력으로 경쟁하는 구조였어요. 이제 추첨이 되면 새벽부터 줄 서는 시간 싸움, 정보 싸움이 됩니다. 오히려 더 불공평해질 수 있어요." — 온라인 맘카페 게시글 중 (2026년 4월)
교육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영어유치원 수요의 본질은 '공교육 불신'이다. 초등학교 영어 교육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지법은 시장의 외형만 바꿀 뿐 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 강남권 수치는 기본 교습비 + 셔틀버스 + 급식비 + 교재비 합산 체감 기준
생명과학Ⅰ 응시자 전년 대비 -41.6%
정부 "반도체·AI 키운다"는 말과 정반대
🏠 나에게 미치는 영향 — 유형별 체크리스트
- 영어유치원 재원 중인 학부모: 9월 이후 현 학원이 우회 선발(포트폴리오·면접)을 도입할 가능성 높음. 추가 비용 발생 가능.
- 입학 대기 중인 학부모: 레벨테스트 없이 선착순·추첨으로 변경될 경우 '정보 싸움'이 더 중요해짐. 맘카페·지역 커뮤니티 팔로우 필수.
- 국공립유치원 선택 가정: 직접 영향 없음. 다만 전반적인 유아 영어 사교육 시장 혼란으로 초등 입학 후 격차 심화 우려.
- 영어학원 창업 계획자: 9월 이전에 사업 구조를 면밀히 검토할 것. 위반 시 폐원 + 매출 50% 과징금 리스크.
-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2026학년도 수능 과탐 응시율 22% 급감 — 이공계 진학 시 경쟁 구도 재검토 필요.
🔭 전망 — 이 법은 효과가 있을 것인가
교육 전문가들의 전망은 회의적이다. 규제로 현상을 바꾸려면 수요 원인을 없애야 한다. 영어유치원의 수요는 본질적으로 세 가지에서 온다: 첫째, 공교육에 대한 불신. 둘째,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에 대한 믿음(실제 근거는 불분명). 셋째, 계층 재생산의 불안감 —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공포".
이 세 가지 수요 원인 중 어느 것도 레벨테스트 금지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사교육 규제는 단기 효과 후 풍선효과로 끝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2000년대 학원 심야영업 금지, 2010년대 선행학습금지법 등이 그 예다.
"규제는 시장의 외피를 바꿀 뿐입니다. 영어유치원에 월 200만원을 쓸 의향과 능력이 있는 부모라면, 레벨테스트가 없어진다고 그 의향을 버리지 않아요."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 발언 (언론 인터뷰 재인용)
반면 법 지지자들은 "상징의 힘"을 강조한다. 4살 아이의 입학시험이 법적으로 금지됐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 규범을 바꾸는 신호탄이 된다는 것이다. 단기 풍선효과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4세에게 시험은 이상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시장이 스스로 변한다는 논리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2026년 9월 이후 1~2년의 현장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수백만 학부모의 선택과 불안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