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 집주인 "이제 절대 안 판다" → 서울 전세 매물 연초 대비 32% 증발
- 올해 서울 입주 물량 1만6천 가구, 작년(3만7천 가구)의 절반도 안 됨 → 11년 만의 최악 공급 절벽
- 아파트 전세 못 구한 세입자들, 빌라로 이동하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39% 급증 → 제2 전세사기 불씨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를 구하던 32세 직장인 A씨는 지난주 중개업소 7곳을 돌았지만 예산 안에 맞는 아파트 전세를 단 한 건도 찾지 못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20~30건씩 올라오던 매물 목록에는 이제 예산을 훌쩍 넘기는 고가 물건만 남아있다. 중개사는 말했다. "이제 집주인들이 팔지도, 전세 내놓지도 않아요. 있어도 값을 올려요."
이것은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전세 시장을 뒤흔드는 구조적 충격이다. 정부가 4년간 미뤄왔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2026년 5월 10일 부활시키면서, 시장에 연쇄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집주인들은 집을 묶어두고, 전세 매물은 말라가며, 세입자들은 빌라로 내몰리고 있다.
① 4년 만의 중과 부활…최고세율 82.5%의 충격
2022년부터 이어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2026년 5월 9일을 마지막으로 완전 종료됐다.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게 기본세율에 추가로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붙는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세율은 82.5%에 달한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양도차익 10억 원이 발생할 경우 유예 시절에는 세금이 약 2억 원 수준이었던 것이 중과 재개 후에는 최대 8억 원 이상으로 4배 폭증하는 사례도 나왔다. "2억 세금이 27억이 됐다"는 극단적 사례까지 보도됐다.
(일반세율 적용)
(최고 82.5% 적용)
② 전세 매물 32% 증발…2015년 이후 최대 상승폭
중과세 재개 충격은 즉각 매물 시장에 반영됐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2026년 초 2만3,263건에서 5월 12일 기준 1만6,348건으로 단 4개월 만에 무려 29.7%(약 32%) 감소했다. (머니투데이)
공급이 줄자 가격은 당연히 뛰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3% 상승했는데, 이는 2015년 11월 이후 약 11년 만의 최대 주간 상승 폭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1.56%로 매매 상승률(0.98%)을 크게 웃돌았다.
③ 입주 56% 반토막…11년 만의 공급 절벽
전세 시장을 더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신규 입주 물량의 급락이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262가구로, 2025년(3만6,909가구) 대비 56% 감소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서울 전세가는 연간 13.4% 폭등한 전례가 있다.
이것은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2020년대 초반 인허가·착공 물량이 급감한 결과가 이제야 현실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의 여파는 적어도 3~4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④ "이제 월세 받겠다"…전세의 소멸과 세입자 전가
집주인들의 행동 변화는 더 충격적이다. 중과세 부담이 커지자 집주인들은 매도를 포기하는 동시에 전세도 거두고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세보증금으로 묶어두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게 실질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머니투데이는 "이제 월세도 받을래요"라는 집주인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전세 기피 현상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면서, 2026년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신규 계약 중 전세 비중은 급격히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고 있다. 그 결과, 매달 수십만~수백만 원의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결국 세입자 몫이다.
다주택자 세금 증가 → 보유 비용 증가 → 전월세 가격 인상 → 세입자 부담 전가. 이론상 '시장에서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전세 가격에 100% 전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공급 부족과 맞물려 임대인 협상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⑤ 빌라로 내몰리는 세입자…제2 전세사기 불씨 되나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수요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답은 빌라(연립·다세대)다. 서울 빌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건수는 2026년 1~4월 4,18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3,011건) 대비 39.1% 급증했다. (뉴스1) 빌라 세입자들이 이사조차 못 하고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빌라 전세 계약을 새로 맺는 이들이다. 2023~2024년 전세사기 사태로 기존에 빌라 전세를 꺼렸던 수요자들이,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하자 다시 빌라 전세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절벽과 수요 집중이 맞물리면 제2의 전세사기 사태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⑥ 나에게 미치는 영향: 지금 전세 계약자라면 반드시 확인
① 전세 갱신 협상 중이라면: 시장 우위가 집주인에게 있다. 보증금 인상 요구 시 5% 상한 기준을 반드시 확인하고, 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했다면 이번 계약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사 전 대안 매물을 반드시 확인하라.
② 새로 전세를 구하는 경우: 예산 대비 적정 매물이 급감한 상황이다. 전세자금대출 한도, 보증보험(HUG·SGI) 가입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 시세 대비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물건은 역전세·전세사기 위험이 크다.
③ 빌라 전세를 고민 중이라면: 건물 등기부등본, 임대인 체납 세금, 선순위 근저당을 반드시 확인하라. '전세사기 안심전세 앱'(국토교통부 운영)을 적극 활용하라.
④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전월세전환율 4%(법정 상한)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보증금 2억 원이면 월세 상당액은 월 약 66만 원이다. 전환 전 실질 부담을 꼼꼼히 계산하라.
⑦ 전망: 2027년까지 이 지옥은 끝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둡다. 입주 물량 부족은 적어도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착공 중인 물량이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통상 3~4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중과 재개에 따른 매물 잠김 효과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정부는 "임대 공급 확대,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유예 연장 등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주거 불안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집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집을 갖지 않은 사람들의 주거권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 주요 출처: 머니투데이,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경향신문, YTN, 헤럴드경제,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