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 회계사…한국 최고의 엘리트 직종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불과 3년 반. 한국은행은 조용히 충격적인 수치를 발표했다. AI에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 일자리가 3년간 20만 8천 개 사라졌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AI가 가장 먼저, 가장 깊이 파고든 곳은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 바로 '고학력·고소득 전문직'이었다.
2026년 1월 22일, 한국은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을 시행했다. EU보다 빠른 행보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진입"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고, 구글 딥마인드는 세계 최초로 서울 강남에 600평짜리 AI 캠퍼스 개소를 발표했다.
하지만 빛나는 수식어 뒤에는 민낯이 있었다. 시행 100일이 지난 지금, 현장은 조용히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은 시행됐지만, 정작 그 법을 준수해야 할 기업 중 절반은 법 내용조차 모른다. 한 법률 전문가는 "기준 없이 책임만 먼저 작동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2025년 10월)는 조용히 폭탄을 던졌다. ChatGPT 출시 이후 3년간(2022년 7월~2025년 7월) AI 노출 업종에서 청년 일자리가 무려 20만 8천 개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청년 고용 감소분(21만 1천 개)의 99.5%에 달하는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충격적이다. 정보 서비스업에서 청년 고용이 23.8% 쪼그라들었고, 출판업은 20.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관리업은 11.2%, 전문 서비스업은 8.8% 감소했다. 한 마디로 — AI가 잘하는 일을 맡던 초급 직원들이 가장 먼저 잘렸다.
출처: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2025)
"기초 코딩, 자료 조사, 초안 작성…AI가 가장 먼저 빼앗은 것은 주니어의 '입문 기회'였다." — 한국은행 분석 보고서 요약
"AI는 단순 노동을 대체한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산출한 AI 노출 지수에 따르면 의사·한의사의 AI 직무 대체 가능성은 99%로 전 직종 중 1위였다. 회계사(81%), 판사·검사·변호사(79%)가 그 뒤를 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인식하는 데 탁월하다. 영상 판독, 진단 보조, 계약서 검토, 세무 신고, 판례 분석 — 전문직의 핵심 업무 대부분이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노동자가 아니라, 고학력 전문가들이 오히려 AI와 가장 경쟁 관계에 있는 셈이다.
*대체 가능성 = 현재 수준의 AI 기술로 해당 직무를 수행 가능한 비율 추정치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된 AI기본법은 ▲고영향 AI 사업자의 특별 책무 ▲투명성 확보 의무 ▲AI 영향 평가 ▲생성형 AI 결과물 고지 의무 등을 규정한다. 법 위반 시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뒤따른다.
그런데 실태를 보면 참담하다.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절반가량(약 50%)이 법 내용을 "잘 모르거나 전혀 준비가 안 됐다"고 답했다. 충분히 대비했다는 기업은 단 12%에 불과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책임만 먼저 작동하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처: 국내 스타트업 100개 이상 대상 설문 (2026년 초)
AI기본법의 가장 큰 문제점: 자사 AI 서비스가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업이 자체 판단해야 한다. 잘못 판단하면 법적 책임.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보수적으로 가자"며 서비스 출시를 미루거나 기능을 줄이고 있다. 정부는 최소 1년 이상 규제 유예 기간을 부여했지만, 근본적인 기준 불명확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6년 4월 27일, 구글 딥마인드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 AI 캠퍼스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남에 600평 규모.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직접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하며 연구진 파견에 동의했다.
알파폴드(단백질 구조 예측), 알파이볼브(코딩 에이전트), 웨더넥스트(기상 예측) 등 구글 딥마인드의 핵심 기술이 한국 연구자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이 단순 AI 소비국에서 AI 공동 개발 거점으로 올라서려는 신호다.
하지만 아이러니가 있다. 외국 빅테크는 한국에 투자하고, 한국 청년은 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지금 이 순간 —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단 하나다: AI 수혜자와 피해자 간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