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어딘가의 중학교 2학년생은 오늘 밤 수학 학원을 두 곳 다니고, 그 부모는 한 달 사교육비 80만 원을 카드로 긁는다. 정부는 "이건 잘못됐다"고 외친다. 그리고 해법으로 꺼낸 카드는 2040년 수능 완전 폐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5일 AI 시대에 맞는 실용적 대입 개편을 지시했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수능 5등급 절대평가 전환을 제안했고, 서울시교육청은 한발 더 나아가 2040년 수능 폐지 로드맵을 들고나왔다. 대한민국 교육판이 뒤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8년 전,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꿨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정부 말대로 사교육이 줄었는가? 답은 충격적이다.
📌 이 기사의 핵심 3줄 요약
- 이재명 정부, AI 시대 명분으로 수능 폐지·5등급 절대평가 추진 — 2040년 완전 폐지 로드맵 공개
- 2018년 영어 절대평가 도입 후 8년, 사교육비는 오히려 29조 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
- 전문가들 "제도 바꿔도 SKY 정원이 그대로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경고
① 정부가 발표한 '대입 개편' 로드맵의 실체
현재 논의 중인 대입 개편안은 크게 세 단계다. 2026년 현재 시행 중인 '통합수능(공통+선택과목)'은 2027학년도로 막을 내린다. 2028학년도부터는 문·이과 완전 통합형 수능과 내신 5등급제가 도입된다. 그리고 국교위와 서울시교육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더욱 급진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 대한민국 대입 개편 로드맵 (정부·교육청 발표안)
이 로드맵대로라면 지금 초등학교 5학년(2015년생)부터는 수능 없이 대학을 가야 한다. 이 아이들이 고3이 되는 2033년에는 절대평가, 2040년에는 수능 자체가 사라진다.
② "절대평가 하면 사교육 준다"…8년 전에도 같은 말 했다
2014년 교육부가 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발표할 때, 공식 명분은 단 하나였다. "사교육비 경감." 무한 점수 경쟁을 완화하고, 학생들이 영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2018년 실제 도입됐다. 그 후 8년이 지났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전후 사교육비 변화
출처: 통계청·교육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2024년 결과 기준)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한 2018년 이후에도 사교육비는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지출은 60만 4,000원으로, 처음으로 월 60만 원을 돌파했다. 영어 사교육비만 놓고 보면 1인당 월 26만 4,000원으로 수학(24만 9,000원)보다 오히려 더 높다.
"영어 절대평가 1등급 비율은 3.8%다. 상대평가 시절 1등급 컷인 상위 4%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 절대평가라는 이름만 붙었을 뿐, 학생들은 여전히 1등급 싸움을 하고 있다."
— 입시기관 종로학원 분석 보고서, 2025.11③ 수능 없애면 정말 공부 지옥이 끝날까? 전문가들의 냉혹한 진단
수능 폐지론자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객관식 점수 경쟁 도구를 없애면 아이들이 해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정반대 시나리오를 경고한다.
⚠️ 전문가 경고: "수능 없애면 사교육 더 커진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대학 모집정원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절대평가 아래서도 어떻게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교육 열풍이 벌어질 것이다. 수능이라는 공통 잣대가 사라지면 대학들은 자체 전형을 강화하고, 그게 오히려 더 불투명하고 비싼 사교육 시장을 만든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이 우려가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수능과 같은 통일 시험(SAT/ACT)을 폐지하거나 선택제로 전환한 명문 대학들이 늘었다. 그 결과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특화된 컨설팅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버드 입시 컨설팅 비용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수능이 없어진 자리를 더 불평등한 사교육이 채웠다.
한국에서도 이미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학생 1인당 월 66만 2,000원을 사교육에 쓰는 반면, 300만 원 미만 저소득 가구는 19만 2,000원에 그친다.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교육 격차가 계층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는 제도 변경만으로는 끊어지지 않는다.
④ 수능 폐지 논쟁,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가
수능이 폐지되면 대학 입시는 어떻게 바뀌는가. 서울시교육청안에 따르면 "고교 학점 기반 교육과정 이수 결과"와 "학생의 역량 및 성장 이력"이 핵심 잣대가 된다. 쉽게 말해 내신, 생활기록부, 포트폴리오, 에세이, 면접이 당락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유리한 집단은 누구인가. 전국 단위로 동일하게 출제되는 수능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지방 중소도시의 영재 학생인가, 아니면 서울 강남에서 생기부 관리·포트폴리오 컨설팅·에세이 첨삭에 수천만 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가정인가. 답은 명확하다.
"수능은 '가난해도 공부 잘하면 서울대 간다'는 마지막 사다리였다. 그 사다리를 없애면 대학 입시는 완전히 돈 싸움이 된다."
— 교육학계 관계자 (익명 요청)수능 폐지 찬반 여론도 첨예하게 갈린다. 교원단체들과 진보 교육감들은 "AI 시대에 객관식 문제풀이는 의미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부모 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수능이야말로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도구"라며 반발한다. 2040년 수능 폐지 발표 이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이 진로 어떻게 짜야 하냐"는 불안 글이 쏟아지고 있다.
💰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격차 (2024년,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출처: 통계청·교육부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⑤ 지금 자녀가 있다면? 연령대별 체크포인트
대입 제도가 바뀌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바뀌느냐다. 지금 학부모라면 자녀의 연령에 따라 전혀 다른 대입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2028학년도 통합수능 첫 세대. 문·이과 구분 없이 수학 전 범위 출제. 지금 당장 2028 수능 개편 과목 체계 확인 필수.
2033 절대평가 전환 대상 가능성. 내신 관리와 수능 병행 전략 필요. 변화 추이를 3~6개월 단위로 계속 모니터링.
고학년
2033 절대평가 또는 그 이상 개편 대상. 영어·수학 선행보다 '포트폴리오 만들 수 있는 역량 교육'으로 전략 전환 고민.
저학년
2040 수능 폐지 대상 세대 가능성. 하지만 정책은 바뀔 수 있다. 아직은 과잉 반응 금물. 기초 학습 충실이 최선.
전망: 개혁의 성패를 가를 3가지 변수
전문가들은 이번 대입 개편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대학 정원 정책이다. SKY 등 상위권 대학 정원이 그대로인 한, 수능이 있든 없든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둘째, 평가 투명성이다. 수능을 대체할 포트폴리오·생기부 평가가 얼마나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이뤄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교사 역량이다.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평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교원 재교육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냉소적이다. "또 개혁한다고 한다. 10년 뒤에 또 바꿀 것이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대한민국 입시 제도는 지난 40년간 수십 차례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사교육 업계는 더 성장했다. 이번에는 다를까. 제도의 껍데기가 아니라, 경쟁을 만드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2040년에도 어딘가의 초등학생은 새벽 1시에 문제집을 풀고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 「이재명, AI 시대 대입 개편 실용적으로 가자」 (2026.05.05)
뉴시스 「위기의 수능, 출제기관 수장 사퇴에 폐지 제안까지」 (2025.12.10)
교육플러스 「서울시교육청, 2040년 수능 폐지 공식 제안」
통계청·교육부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오마이뉴스 「절대평가 도입 취지 무색해진 2026학년도 수능 영어」 (2025.11.14)
kyobit.com 「2027학년도 수능, 통합수능 마지막 해 N수생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