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늘 '녹색대전환'을 외치며 전국 조명을 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폭염으로 매년 더 많은 사람을 잃고 있다. 통계가 보여주는 '기후 약자'의 진실, 그리고 다음 여름 당신에게 닥칠 수 있는 일.
2026년 4월 22일, 오늘은 지구의 날이다. 정부는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하며, 오늘 저녁 8시부터 10분간 정부청사·아파트·롯데호텔·여수 돌산대교·부산 광안대교 등 전국의 주요 시설이 일제히 조명을 끈다. 슬로건은 "지구는 녹색대전환 중! 탄소중립 실천으로 세상을 잇다"다.
하지만 거대한 슬로건 아래 기사 한 줄로도 잘 다뤄지지 않는 숫자가 있다. 지난 5년간 한국에서 폭염으로 숨진 사람이 최소 104명이라는 사실이다. 2020년 9명에서 2024년 34명으로, 4년 만에 사망자가 거의 4배로 늘었다. 그리고 2025년 5~7월, 단 두 달 반 동안에만 16명이 더 죽었다 — 전년 동기 7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래프가 말하는 진실은 단순하다. 한국의 여름은 매년 더 치명적이 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사망자는 9-20-9-32-34명으로 들쭉날쭉해 보이지만, 평균값은 명백히 우상향이다. 2025년의 페이스대로라면 시즌 마감 시점인 9월 말까지 사망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 자체도 폭증했다. 2025년 5월 15일~7월 30일 누적 환자 수는 2,884명. 5월 15일~6월 27일 첫 6주 동안만 1,228명으로, 감시체계 시작 이래 동기간 최다였다.
이 통계의 가장 잔인한 부분은 따로 있다. 죽은 사람의 31.7%가 65세 이상 노인이고, 81.1%가 실외에서 사망했다는 점이다. 발생 장소를 더 쪼개 보면 작업장이 28.7%, 논밭이 14.4%, 길가가 13.9%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죽은 사람들은 대부분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새벽 4시부터 밭에서 일하던 농민, 폭염경보 속에서도 작업을 멈출 수 없었던 일용직 건설노동자, 폐지를 모으러 나간 독거노인. 기후위기의 청구서는 가장 약한 사람부터 받고 있다.
그린피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산불 위험일은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120일 증가했다. 산림청 발표를 보면 2026년 봄 산불 특별대책 기간(3.14~4.19) 동안 98건의 산불이 발생해 24.3ha가 탔다. 다행히 100ha 이상 대형 산불은 없었지만, 평균기온은 전년보다 2.4도 올랐다. '운'이 좋았던 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2026년은 한국 기후정책에서 분기점이다. 정부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0년)을 시행하며,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한다.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공짜로' 받던 배출권을 이제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뜻이다.
한 산업계 추산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기업이 부담해야 할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은 약 26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과다 산정됐다"고 반박했지만, 비용 자체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 구분 | 배출권거래제 | 탄소세 |
|---|---|---|
| 가격 결정 | 시장(수요·공급) | 정부(고정 세율) |
| 총 배출량 통제 | 가능 (총량 사전 설정) | 불확실 |
| 기업 예측 가능성 | 낮음 (가격 변동) | 높음 (세율 고정) |
| 한국 적용 | 2015년부터 시행 | 도입 논의 단계 |
핵심은 이 비용이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발전사가 배출권을 사면 전기요금에, 정유사가 사면 휘발유 가격에, 시멘트·철강사가 사면 건축비와 자동차값에 녹아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당 최대 3억 원의 탄소중립 설비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이는 26조 원의 산업계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돈이 든다. 문제는 이 돈을 누가, 어떻게 분담하느냐다. 폭염으로 죽는 사람이 노인과 야외 노동자라면, 탄소 비용이 생활비 인상으로 전가될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도 결국 같은 계층이다.
2025년 폭염 사망자의 28.7%가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2026년 여름은 더 더울 가능성이 높다. 폭염경보 시 옥외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를 반드시 숙지하라. 사용자가 거부하면 고용노동부 신고 대상이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31.7%가 65세 이상이다. 에너지바우처 신청 자격(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6월 전 반드시 확인할 것. 2025년 기준 가구당 최대 약 7~8만 원 수준이며, 2026년 인상이 예고됐다.
실외 활동은 적지만 출퇴근·점심시간 노출은 피할 수 없다. 더 큰 영향은 '간접 비용'이다.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 시작으로 전기요금·교통비·공산품 가격이 단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가계 관리에 미리 반영해야 한다.
여름철 폭염은 매출에 양날의 검이다. 카페·아이스크림은 수혜, 전통시장·야외 노점은 타격. 동시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냉방비 부담이 커진다. 중소벤처기업부 탄소중립 설비 지원사업(최대 3억 원) 조기 신청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
5세 이하 영유아는 노인 다음으로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폭염특보 시 야외활동 자제는 기본. 어린이집·유치원의 냉방시설 점검을 학부모회 차원에서 요구하라. 일부 지자체는 폭염 취약 어린이집 냉방 보조금을 운영 중이다.
오늘 저녁 8시, 광안대교의 조명이 꺼지는 10분 동안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정부의 슬로건이 아니라 지난여름 죽은 34명의 이름일 것이다. 폭염으로 사람이 죽지 않게 만드는 일은 '캠페인'이 아니라 예산과 제도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OECD 평균에 비해 폭염 대응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2018년 폭염 사태 이후 모든 학교에 에어컨 설치를 의무화했고, 프랑스는 2003년 1만 5천 명 사망 충격 이후 '폭염 행동계획(Plan Canicule)'을 법제화해 매년 6~9월 전국적 모니터링을 가동한다. 한국은 아직 폭염을 '재난'으로 분류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26년부터 도입되는 탄소 비용 체계는 한국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동반되지 않으면, 기후 비용을 가장 적게 일으킨 계층이 가장 큰 부담을 지는 역설이 굳어진다. 탄소세 수입의 일부를 폭염 취약계층 지원에 직접 환원하는 '기후 배당'은 이미 캐나다·스위스에서 시행 중인 모델이다.
2025년 폭염 사망자 16명. 이 숫자에는 사실 이름이 빠져 있다.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일터 동료. 통계가 보여주지 않는 죽음은 더 많다. 폭염으로 악화된 심혈관 질환, 신부전,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간접 사망'은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 학계 추정치로는 공식 통계의 3~5배가 폭염과 연관된 사망이다.
지구의 날은 1년에 하루지만, 기후위기는 365일이다. 슬로건이 끝난 뒤에도, 조명이 다시 켜진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지구에서 같은 여름을 맞아야 한다. 올여름 당신과 당신 가족이 그 통계의 한 줄이 되지 않도록, 오늘 한 가지라도 행동에 옮길 수 있길 바란다.